분천역 분천역 손순자 詩 울진서 봉화 가는 길 36번 국도를 지난다 불영계곡을 힘겹게 넘고 에어컨 바람이 싫증나 이제 그만 어딘가에서 쉬며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고 싶을 때, 모른 척 슬쩍 지나쳐도 아무도 알 리 없는 거기에 간이역이 있다 완행열차 떠나보낸 텅 빈 맞이방에 권태로운 햇살 한 자락 드리우..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26
호박꽃 호박꽃 손순자 詩 어느 하루 열린 가슴으로 벌 한 마리 찾아들어 오래~ 달콤한 네 사랑에 취했었지 마지막 순간 단아한 모습으로 이별을 말하기 전 오래~ 눈부신 네 사랑에 취했었지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24
인도 여인 인도 여인 손순자 詩 자연인으로 살고 싶어요. 문명의 지구 한쪽 여백과 같은 이곳에서 가난이 빚어내는 비극은 늘상 여자가 주인공이지요 서러운 서러운 여자랍니다 물 흐르듯 살고 싶어요. 삶이 주어지는 대로 하루 세 끼 차파티 (CHAPATI) 와 사리 한 벌이면 감히 목소리도 높이지 않을 겁니다 “꼬미 ..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23
임진강역 임진강역 손순자 詩 오늘도 지친 노인의 발걸음은 개성행 기차표 한 장 사지 못해 하릴없이 임진강역 그 길 끝에 서성입니다 돌아갈 집보다 짧은 그곳을 앞에두고 더 이상 갈 수 없어 주저앉아 저 홀로 북으로 흘러가는 무심한 구름을 하루 종일 올려다보면 언제쯤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그날, 돌아가..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18
병 속에 담긴 편지 누구라도 코르크마개를 열지 말아요 우리 사랑 온전히 지켜질 수 있도록 2000년 7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 에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13
다시, 포항에서 다시, 포항에서 낯설고 막막한 사단 연병장에 아들을 두고 온 지 꼭 17개월 만입니다 국방부 시계도 그렇게 흘러 아들은 이제 ‘상병’ 계급장을 달았습니다 그 동안, 기다림도 배우고 애틋한 그리움도 배웠습니다 그 날의 눈물 겨운 기억들도 이제는 웃으며 돌아봅니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엔 단풍..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10
'환유 나무' 서 있던 자리 ‘환유나무’ 서 있던 자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오롯이 아픔으로 남아있는 이름 하나 키 큰 침묵으로 한 점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슬픔 하나 어느 한 때 사랑의 결혼식 슬픈 장례식도 지켜보았던 그대여 그때의 사랑, 눈물 간직하고 떠난 그대 환유 나무 여 그대 잠시 서 있던 자리 나 오늘 온전..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9
펌프 물을 추억하다 펌프 물을 추억하다 손순자 詩 아주 오래 전, 나 어렸을 적에 흙먼지 뒤집어 쓴 아버지 자전거 끌고 지쳐 돌아오시던 여름 아득한 땅 속 저 밑바닥에 있어 보이지 않더니 어머니가 떠 주시는 한 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작두질을 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한달음에 솟구치던 생명력! 아이..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9
여름의 끝 여름의 끝 손순자 詩 하루 내 눈부시던 햇살 저무는 마당 한 구석 감나무 이파리 하나 한쪽은 초록인데 다른 한 쪽만 붉게, 노랗게 저 홀로 물들인 채 힘겹게 잡았던 손을 놓습니다.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8
아들의 입소 아들의 입소 손순자 詩 ‘파티마 병원’ 응급실에서 나와 동대구역 7번 출구, 해병대 수송 3호차를 타고 안강, 오야 지나 포항 가는 길 햇살은 눈부신데 나는 자꾸 눈물이 난다 새로움의 시작 앞에서 설렘의 이면에 두려움도 있음을 눈치 챈 걸까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너에게 두려움의 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