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포항에서
낯설고 막막한 사단 연병장에 아들을 두고 온 지
꼭 17개월 만입니다
국방부 시계도 그렇게 흘러
아들은 이제 ‘상병’ 계급장을 달았습니다
그 동안, 기다림도 배우고
애틋한 그리움도 배웠습니다
그 날의 눈물 겨운 기억들도
이제는 웃으며 돌아봅니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엔
단풍으로 물든 산과 들이
정겹게 동행을 합니다
시속 120km 로 달리는 자동차 바퀴보다
엄마 마음이 더 앞서 달립니다
아들보러 떠난 길의 그 설렘은
군인 아들을 둔 엄마가 아니면 모릅니다.
토요일 아침 ‘해병의 집’ 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아들을, 애인을, 친구를 만나러 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20분이 2시간이나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질 때쯤
공중전화 박스 옆쪽에서 활짝 웃으며 걸어오는
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철없는 엄마가 먼저 뛰어가
아들의 허리를 꼭 안았습니다.
비록 개구리 군복 차림이지만
마음만은 바람처럼 가볍게
엄마에게 고단한 마음을 잠시 기댈 수 있는
이틀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포항에서
2007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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