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역
손순자 詩
오늘도
지친 노인의 발걸음은
개성행 기차표
한 장 사지 못해
하릴없이 임진강역
그 길 끝에
서성입니다
돌아갈 집보다 짧은 그곳을 앞에두고
더 이상 갈 수 없어 주저앉아
저 홀로 북으로 흘러가는
무심한 구름을 하루 종일 올려다보면
언제쯤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그날,
돌아가 고향집에 누울 생각에
눈시울 붉어집니다
기력조차 쇠잔해진 몸뚱이지만
어떤 기다림 때문인가
마음만은 늙는 법이 없어
두고 온 사소한 기억들 모두
더 이상은 지워지지도 않고 흐리기만 한데
이제 늙어, 낯선 모습으로 만난들
용서 못할 일이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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