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임진강역

白松/손순자 시인 2007. 11. 18. 11:22
 

임진강역

 

손순자 詩


오늘도

지친 노인의 발걸음은

개성행 기차표

한 장 사지 못해

하릴없이 임진강역

그 길 끝에

서성입니다


돌아갈 집보다 짧은 그곳을 앞에두고

더 이상 갈 수 없어 주저앉아

저 홀로 북으로 흘러가는

무심한 구름을 하루 종일 올려다보면

언제쯤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그날,

돌아가 고향집에 누울 생각에

눈시울 붉어집니다


기력조차 쇠잔해진 몸뚱이지만

어떤 기다림 때문인가

마음만은 늙는 법이 없어

두고 온 사소한 기억들 모두

더 이상은 지워지지도 않고 흐리기만 한데

이제 늙어, 낯선 모습으로 만난들

용서 못할 일이 어디 있을까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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