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인도 여인

白松/손순자 시인 2007. 11. 23. 10:18

인도 여인

 

손순자 詩

 

자연인으로 살고 싶어요.

문명의 지구 한쪽

여백과 같은 이곳에서

가난이 빚어내는 비극은

늘상

여자가 주인공이지요

서러운

서러운 여자랍니다


물 흐르듯 살고 싶어요.

삶이 주어지는 대로

하루 세 끼 차파티 (CHAPATI) 와

사리 한 벌이면

감히

목소리도 높이지 않을 겁니다

“꼬미 바뜨네히!” (No problem!)

인도 여자랍니다


오늘은 목화밭

내일은 옥수수 밭

목마른 한 그루 나무

한 줌 모래로 살다

가녀린 손목에 팔찌 하나면 어때요

일몰의 갠지스 강

종소리와 함께

저물어 갈래요


인도,

인도 여자랍니다


2000년 11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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