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분천역

白松/손순자 시인 2007. 11. 26. 12:17
 

분천역


손순자 詩


 

울진서 봉화 가는 길

36번 국도를 지난다

불영계곡을 힘겹게 넘고

에어컨 바람이 싫증나

이제 그만 어딘가에서 쉬며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고 싶을 때,

모른 척 슬쩍 지나쳐도

아무도 알 리 없는 거기에

간이역이 있다


완행열차 떠나보낸

텅 빈 맞이방에

권태로운 햇살 한 자락

드리우는 날이면

낯선 방문객이

슬그머니 궁금해져

투박한 손으로 끓여내던

커피 향에 가슴은 더워지고

더없는 행운에 눈을 감는다

 

2003년 9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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