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천역
손순자 詩
울진서 봉화 가는 길
36번 국도를 지난다
불영계곡을 힘겹게 넘고
에어컨 바람이 싫증나
이제 그만 어딘가에서 쉬며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고 싶을 때,
모른 척 슬쩍 지나쳐도
아무도 알 리 없는 거기에
간이역이 있다
완행열차 떠나보낸
텅 빈 맞이방에
권태로운 햇살 한 자락
드리우는 날이면
낯선 방문객이
슬그머니 궁금해져
투박한 손으로 끓여내던
커피 향에 가슴은 더워지고
더없는 행운에 눈을 감는다
2003년 9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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