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돈세탁 시/손순자 빨래 끝 경쾌한 멜로디를 들으며 세탁물을 꺼내 모두 건조대에 널었다 잠 옷 한 벌 티셔츠와 바지 양말 네 켤레 타 올 몇 장 빈 바구니 속 유난히 반짝이는 동전 하나 칠년 넘게 더렵혀진 몸 한 동안 라벤더향에 취해 졸더니 어느 새 날개를 파닥이며 하늘을 나는 두루미 ..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6.03.08
고마워요 요양병원 고마워요 요양병원 시/손순자 엄마의 몸에 빨간 불이 켜졌다 칠남매 번듯하게 키워놓고 자식, 손주 자랑하고 효도 받으며 이제 여생을 즐길 나이에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으니 생업을 포기하고 매달릴 수도 없고 아무리 깊은 효심이어도 긴 병 앞에 버티기 힘..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6.03.08
그 집 앞을 지나며 그 집 앞을 지나며 계절 이 여러 번 바뀌고 그대를 처음 만나던 초하 이제 먼 곳으로 떠나야 할 시간 행여 그대 만날까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지만 대문은 굳게 닫혀있고 그대모습 보이지 않네 그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 작별인사도 할 수 없이 아무것..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6.02.23
낙타 낙타 긴 속눈썹 아래로 내리깔고 쪽잠을 자는 낙타여 오금이 저리지도 않니 평생 벗어나지 못할 사막에서 오늘은 또 어떤 관광객을 맞을까 이 넓은 사막에서 잠시 다니러온 나와 ‘183’ 번호표 한 장 으로 맺은 인연 너와 함께라면 그림자 한 자락마저 못내 아쉬운 명사산 (鳴沙山) 의 따..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3.01.09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 로마로 이동하는 관광버스 안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 을 보았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보존되어 있는 젊은 날의 ‘오드리 헵번’ 그녀의 사랑스런 모습에 푹 빠졌던 어젯밤 영화속 한 장면을 떠 올리며 트레비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 한 개를 오른손에 쥐고 왼쪽 어깨 ..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3.01.09
부추꽃 부추꽃 샛골길의 작은 텃밭 감자꽃, 오이꽃, 딸기꽃 유혹해도 곁눈 한 번 주지 않았었다 가지 꽃도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늦여름 손바닥 만 한 평수 겨우 세내어 조금씩 키 세우려 하면 어느새 가위로 싹둑 잘라 소쿠리에 담아 가던 여주인 발길 한동안 뜸하더니 부추꽃 하얗게 뽐내며 피..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3.01.09
소요산 자재암 소요산 자재암 지난해 여름 물 폭탄맞은 흉터가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태풍 ‘볼라벤’ 과 ‘덴빈’ 이 또 지나갔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힘없이 걷는 자재암 으로 향하는 발걸음 무겁기만 하여라 오늘따라 수다스런 단풍나무 잎새들 부드러운 바람으로 감싸주는 곱게 물든 산자락 잠..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3.01.09
거미 거미 샛골길에 세들어 살고싶다 채송화, 도라지, 더덕, 국화 철따라 무리지어 피어나는 그 곳 소나무와 주목나무 사이 그 맑은 허공에 방 한 칸 만들고싶다 배낭 메고, 자전거 끌고 약수터 오가는 사람이며 보문사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 또한 정겹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1.11.05
갱년기에 길을 묻다 갱년기에 길을 묻다 시시콜콜 그녀의 수다가 늘어났다 여자의 시대를 이제 막 건너 완경기 아직은 지는 해를 보고 싶지 않은데 내면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깊은 상실감 가파른 산길 오르듯 열심히 살아온 젊은날은 가고 허리, 무릎, 어깨 의 통증 깊은 상실감 안겨주는 변화를 어쩌..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1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