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 물을 추억하다 펌프 물을 추억하다 詩 白松/손순자 아주 오래 전, 나 어렸을 적에 흙먼지 뒤집어 쓴 아버지 자전거 끌고 지쳐 돌아오시던 여름 아득한 땅 속 저 밑바닥에 있어 보이지 않더니 어머니가 떠 주시는 한 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젖 먹던 힘을 다해 펌프질을 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한달음에 솟구..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9.05.22
남영역 남영역 詩 손순자 천안행 전철을 타고 ‘물 향기 수목원’ 가는 길 서울역 을 지나자 눈부신 햇살 사이로 변함없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더니 남영역 에서 스르르 자동문이 열리자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던 추억 하나 머릿속을 스쳐간다. “저...이거...” 손에 두툼한 편지봉투가 쥐어지던 순간, 재빨리..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9.04.16
종합운동장에서 종합운동장에서 손순자 詩 1번과 2번 라인 사이 싱그런 바람을 가르며 한 바퀴 걷는데 5분, 이라며 전광판 시계가 알려 준다 이런 저런 생각 속에 빠져들어 실실 미소 지으며 네 바퀴째 걷고 나니 전광판 시계가 지쳐 더디 가는 걸까? 4분, 이라고 알려 주니 가끔씩 보폭을 잃고 휘청거리던 다리가 어느..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9.03.05
사랑의 힘 사랑의 힘 이국의 숲 속 단골벤치 그대가 보낸 서툰 편지는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소인이 찍히지 않았어도 그대와 나 사이에 놓인 먼 하늘 길을 달려와 깊은 새벽 등불을 켜고 잠든 나를 깨웁니다.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9.02.03
새해 첫 날 새해 첫 날 ‘행복한 새해 되기 바라오!’ 남태평양을 건너온 따스한 바람과 물새 소리와 희망의 파도 처음으로 만난 햇빛알갱이 같은 문자가 눈부시다 틈새를 엿보아 나도 먼 바다를 건너야 할까? 그대 가슴에서 두근거릴 첫 연애편지 같은 설렘으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9.01.09
연안부두를 떠나며 연안부두를 떠나며 (2008) ‘대인 훼리’ 가 꽁꽁 묶어 두었던 밧줄을 풀었다 안전한 항구에서 벗어났다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더 많은 깨달음을 하기 위해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 내밀면 편견 없이 그 손잡을 수 있을까? 낯선 땅, 낯선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어느 정도 충족이..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8.11.09
호박꽃 호박꽃 어느 하루 열린 가슴으로 벌 한 마리 찾아들어 오래~ 달콤한 네 사랑에 취했었지 마지막 순간 단아한 모습으로 이별을 말하기 전 오래~ 눈부신 네 사랑에 취했었지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 에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8.09.23
사랑은 때로 사랑은 때로 사랑은 때로 아프게 하는 것 사랑은 때로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 사랑은 때로 까닭 없이 눈물짓는 것 사랑은 때로 나지막이 한숨짓게 만드는 것 아! 사랑은 때로 문득 길을 잃게 만드는 것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8.08.18
가을이 온다기에 가을이 온다기에 열어 두었던 창을 단단히 닫아걸었다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대 기다리며 시름으로 돌아눕던 여름내 노랗게 물들어 버린 마음 한 점 바람으로 창가에나 머물다가거라 오래 머물 수 없을 바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