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샛골길에 세들어 살고싶다
채송화, 도라지, 더덕, 국화
철따라 무리지어 피어나는 그 곳
소나무와 주목나무 사이
그 맑은 허공에 방 한 칸 만들고싶다
배낭 메고, 자전거 끌고 약수터 오가는 사람이며
보문사에서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소리 또한 정겹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크레용 어린이집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정겨운 그곳
부지런히 아침을 열고
상추, 오이, 고추, 배추도 심고
맨손으로 잡초를 뽑으며
고양이와 뭐라 뭐라 이야기하는 주인남자와
부추꽃, 호박꽃이 맛있다는 여자를 보는 일도 행복이다
이른 아침 새들의 노랫소리에 하루를 시작하고
소나무 가지 사이 노을이 주공 아파트 뒤로 질 때까지
본체도 하지 않고
말 걸어오지 않는다 해도
샛골길에 오래 오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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