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부추꽃

白松/손순자 시인 2013. 1. 9. 23:29

부추꽃

 

 

샛골길의 작은 텃밭

감자꽃, 오이꽃, 딸기꽃 유혹해도

곁눈 한 번 주지 않았었다

가지 꽃도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늦여름

 

손바닥 만 한 평수 겨우 세내어

조금씩 키 세우려 하면 어느새

가위로 싹둑 잘라 소쿠리에 담아 가던

여주인 발길 한동안 뜸하더니

 

부추꽃 하얗게 뽐내며 피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꽃들의 노래 듣고 호기심에 모여든

벌, 나비 거기 모두 모여 잔치 열었네

 

향기에 끌려 눈요기도 하고

꽃잎 따서 한 입 베어물면

꽃잎에 밴 속울음, 알싸한 그 맛이 아프다

아프게 배부른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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