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샛골길의 작은 텃밭
감자꽃, 오이꽃, 딸기꽃 유혹해도
곁눈 한 번 주지 않았었다
가지 꽃도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늦여름
손바닥 만 한 평수 겨우 세내어
조금씩 키 세우려 하면 어느새
가위로 싹둑 잘라 소쿠리에 담아 가던
여주인 발길 한동안 뜸하더니
부추꽃 하얗게 뽐내며 피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꽃들의 노래 듣고 호기심에 모여든
벌, 나비 거기 모두 모여 잔치 열었네
향기에 끌려 눈요기도 하고
꽃잎 따서 한 입 베어물면
꽃잎에 밴 속울음, 알싸한 그 맛이 아프다
아프게 배부른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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