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애 어느 생애 詩 조병화 . 살기 위해서 시를 쓴다 사랑하기 위해서 시를 쓴다 죽기 위해서 시를 쓴다 때론 쓰리게 때론 아리게 때론 축축히 때론 멍멍히 때론 줄줄히 버리기 위해서 시를 쓴다 빈 자리가 되기 위해서 시를 쓴다 혼자 있기 위해서 시를 쓴다 아름다움의 외로움을 사랑스러움의 쓸쓸함을 깨.. 좋아하는 시 2009.01.20
기다림 기 다 림 詩 이운룡 기다림이란 나와 당신이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의 틈새다 가까이, 좀더 가까이를 홰치며 만나기 위해 기다림의 너트를 조인다 시간을 늦추거나 이미 다른 길로 마음을 휘었다면 십 년 백 년을 기다렸다 해도 기다린 것이 아니다 목마른 시간만 허공으로 날렸을 뿐 기다림이란 참는 .. 좋아하는 시 2009.01.14
그대 앞에 봄이있다 그대 앞에 봄이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 좋아하는 시 2009.01.10
[스크랩] 사랑 고백 / 황도제 너의 눈빛으로 피는 나의 생명 네 이름 위에 겹쳐지는 너의 얼굴 폭죽의 불꽃처럼 피었다가 사그라지고 나를 덮어 버리고 사랑하는 내 마음 비에 젖어 빗물이 쓴 사랑노래 너를 소유하고 싶다 사랑한다는 것은 십자가를 멘 발걸음 만큼 무겁다는 것을 돌아오는 나의 쓸쓸한 그림자가 일기장에 고백한.. 좋아하는 시 2009.01.07
아침의 표정 아침의 표정 詩 이운룡 물을 뿌려 아침 공기를 씻었다. 포물선이 댓잎을 휘어잡고 물줄기를 쏟는다. 화분의 꽃잎들, 젖은 물기 씹는 소리가 워석워석 야단들이다. 온 집안이 아이스크림처럼 물을 핥아먹고 있다. 갓난애 엄마는 꿈속에 궁전을 짓고 할머닌 아기를 배 위에 뉘고는 어젯밤 밑진 잠 속에 .. 좋아하는 시 2009.01.06
감옥의 국화꽃밭 감옥의 국화꽃밭 詩 박철언 창살 너머 저기 십자가 보이는 온실 앞 조그만 뜰에 둥근 네모진 길다란 화분들에 어느샌가 국화꽃이 피어 있다 흰색 노란색 보랏빛 붉은 색깔의 높고 낮고 줄기 위로 더미를 이루며 이름없는 죄수들이 말없이 가꾸어낸 국화꽃밭이 가까이 멀리서 눈길 모은다 높은 담 속 .. 좋아하는 시 2009.01.04
12월의 엽서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 좋아하는 시 2008.12.31
시작을 위하여 시작을 위하여 靑 民 박 철 언 갑자기 몰려온 키스의 속도만큼 사랑은 불완전한 감정의 교통사고였다 다시는 빠지지 말자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화살로 다가온 너 사랑의 속성을 벗지 못하고 어우러진 추억들로 하나 둘 채우고 있는 나 이제는 무모하게 사랑에게로 마음을 던지고 싶지 않은 것은 .. 좋아하는 시 2008.12.30
[스크랩] 김규동 시인의 <나비와 광장> 나비와 廣場(광장) 김규동(金奎東)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진공의 해.. 좋아하는 시 2008.07.06
건강한 슬픔 건강한 슬픔 -강연호-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래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래 .. 좋아하는 시 200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