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월 오세영 詩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람은.. 좋아하는 시 2007.12.30
[안도현] 12월 저녁의 편지 12월 저녁의 편지 안도현 詩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 두었구나 여기에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안도현 .. 좋아하는 시 2007.12.03
[손희락] 꽃과 빗방울 꽃과 빗방울 손희락 詩 봄비가 내리는 날 아스팔트 바닥에 추락하지 아니하고 향기짙은 봄꽃을 만나 사랑을 속삭이게 된 행복한 빗방울의 행운을 봅니다 눈부신 햇살 질투의 고개들면 한 순간의 행복 꿈꾸듯 사라져 버릴것인데 저리도 좋아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만났으나 영원할 수 없.. 좋아하는 시 2007.11.24
[곽재구] 첫눈 오는 날 첫눈 오는 날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 좋아하는 시 2007.11.23
그리운 이에게 [나해철] 그리운 이에게 [나해철] 사랑한다고 말할 걸 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그리움은 가슴 깊이 맺혀 금강석이 되었다고 말할 걸 이토록 외롭고 덧없이 홀로선 벼랑 위에서 흔들릴 줄 알았더라면 내 잊지 못한다는 한마디 들려줄 걸 혹여 되돌아 오는 등 뒤로 차고 스산한 바람이 떠밀려 가슴을 후비었.. 좋아하는 시 2007.11.13
가을광활 [최하림] 가을광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낙조가 내린다는 광활면에 가면 눈이 부시어 어느 곳에 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여기저기 붉은 산이 솟아오르고 벼들이 물결치고 어스럼이 옷 적신다 우리는 뒤를 돌아보지 못한다 들녘에는 키 큰 미루나무들과 전신주와 슬레이트 지붕들이 띄엄띄엄 있고 골목이 .. 좋아하는 시 2007.11.10
휘발유 [허영자] 휘발유 휘발유 같은 여자이고 싶다 무게를 느끼지 않게 가벼운 영혼 뜨겁고도 위험한 可然性의 가슴 한 올 찌꺼기 남지 않는 순연한 휘발 정녕 그런 액체 같은 연인이고 싶다. '내 사랑의 상형문자' 중 에서 1938년 경남 함양 출생 성신 여대 국문과 교수 좋아하는 시 2007.11.09
가을처럼 깊어가는 사랑 [남락현] 강물이 저 혼자 흐르다가 또 다른 강물을 만나 하나가 되듯 우리도 서로 손잡고 물이 되어 한 세상 흐르다가 먼바다에 이르러 갈대꽃처럼 피어나면 좋겠어. 그저 어느 한 계절의 모퉁이에서 금방 불붙은 사랑처럼 금세 피었다가 시들고 마는 진한 향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풍겨나는 구절초같은 은은.. 좋아하는 시 2007.11.08
목소리 [나호열] 전화기, 무량한 생각의 틈에서 귀뚜라미가 운다 뚝뚝뚝 비 소리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풀들이 꽃 대신 저 울음을 키웠구나 운다 라고 말했지만 쓸쓸쓸 풀섶에 기대어 꾸역꾸역 토해내는 갈 가을 가아을 내 마음에 걸어놓은 고운 사진 한 장이 붉게 물들어 온 산을 불태우고 혼자 걸어가는 저 소.. 좋아하는 시 2007.11.08
마중물이 된 사람 [임의진]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 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에 마중 나가 큰물을 데몰고 왔다. '마중물' 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 슬픔의 '마중물' 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 좋아하는 시 200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