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역
손순자 詩
천안행 전철을 타고 ‘물 향기 수목원’ 가는 길
서울역 을 지나자 눈부신 햇살 사이로
변함없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더니
남영역 에서 스르르 자동문이 열리자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던
추억 하나 머릿속을 스쳐간다.
“저...이거...”
손에 두툼한 편지봉투가 쥐어지던 순간,
재빨리 전철 안으로 뛰어 들던
발갛게 상기 되어있던 청년의 얼굴을,
편지지 세 장 가득 들어 있던 고백을
지금은 기억 할 수 없지만...
승객 몇 명이 내리고
다시 출발하는 전철을
돌려 세울 수 없는 오늘, 남영역 에서
30년 전 추억 하나
우연한 만남에
눈이 부시다.
시집 <소요산 연가>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