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나호열] 전화기, 무량한 생각의 틈에서 귀뚜라미가 운다 뚝뚝뚝 비 소리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풀들이 꽃 대신 저 울음을 키웠구나 운다 라고 말했지만 쓸쓸쓸 풀섶에 기대어 꾸역꾸역 토해내는 갈 가을 가아을 내 마음에 걸어놓은 고운 사진 한 장이 붉게 물들어 온 산을 불태우고 혼자 걸어가는 저 소.. 좋아하는 시 2007.11.08
마중물이 된 사람 [임의진]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 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에 마중 나가 큰물을 데몰고 왔다. '마중물' 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 슬픔의 '마중물' 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 좋아하는 시 2007.11.08
쟁반탑 [복효근] 탑이 춤추듯 걸어가네 5층탑이네 좁은 시장골목을 배달나가는 김씨 아줌마 머리에 얹혀 쟁반이 탑을 이루었네 아슬아슬 무너질 듯 양은쟁반 옥개석 아래 사리합 같은 스텐그릇엔 하얀 밥알이 사리로 담겨서 저 아니 석가탑이겠는가 다보탑이겠는가 한 층씩 헐어서 밥을 먹으면 밥 먹은 시장 사람들 부.. 좋아하는 시 2007.11.08
호박꽃 [김연대] 호박꽃 - 김연대- 마당가에 심은 호박넝쿨이 하루 한 두 뼘씩 새순을 얻어 어머니의 허한 하루를 내일로 끌고 간다 때로 기운이 조금 나시면 어머니는 마당으로 내려와 한 대야 물을 호박뿌리에다 갖다 붓고는 세상을 한 바퀴 돌고 온 만큼이나 숨이 차시다.. 좋아하는 시 2007.11.08
어머니 어머니 손순자 詩 돌이킬 수 없이 작아져 버린 몸 많은 날들 지친 걸음에도 컴컴한 토방의 불빛으로 맑고 투명한 물줄기로 모든 것 정화시켜 참사랑 눈뜨게 하시더니 이제는 작은 바람결에도 소스라치는 모습으로 변한 어머니란 이름으로 불리는 당신 잠자리의 곤한 숨소리 들어본 게 언제인지 필요..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8
용화마을에서 용화마을에서 손순자 詩 “남의 손에 떡 이 더 커 보인다꼬 이집 미역은 참 좋으네, 우리 꺼는 와이라노? 문둥이 같이 생겨갖고...” 낯선 땅 아는 이가 없어도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은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자리를 바꾸신 당신 생각에 투박한 사투리도 봄 햇살 같이 정겹게 스며듭니다. 2004년 7월 시집 &l..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8
가끔씩 손순자 詩 그대여 우리 가끔씩은 안부를 묻자 바람에 실어 보내거나 잔잔한 미소이거나 오랜 이별 뒤에 만나도 낯설지 않게 그대여 우리 가끔씩은 안부를 묻자 이 세상 의미를 두는 한 사람 손길 닿지 않는 곳에 있어 그 절망감으로 무관해져서 다시 모르는 사이가 되지 않게 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200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