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골일기

식어버린 연탄

白松/손순자 시인 2007. 12. 2. 09:59

연탄 한 장

 

안도현 詩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 님의 '연탄 한 장' 詩 가  생각나는 12월의 하루 입니다.

내가 살고있는 '샛골' 에서는 겨울 찬 바람에 식어버린 연탄을

볼 수 있습니다.

식어버린 연탄 한 장, 그 곁에 모여 앉아 정 을 나누었을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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