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편지
목련꽃 진 자리
새 잎 피어난 창가에 앉으면
처음 그대를 만나던 날
생각이 납니다.
거친 항해 끝에 조우하는
무공해의 햇살처럼 순수한 모습이
퐁퐁 솟아오르는 맑은 분수대의
경쾌함을 닮은 음성이
때로, 무거워지거나,
따스해 지거나, 아플 때
그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쩍 외면하고 싶은 사랑의 말
들려주던...
한 줌 온기를 머금고
귀 밑을 간질이던 바람처럼
곁에 있을 때 알아채지 못 했던
당신께 스며들고 싶어라.
밝은 햇살이 서러운 오월 엔,
오월 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