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오월 편지

白松/손순자 시인 2008. 5. 1. 08:02
 

오월 편지



목련꽃 진 자리

새 잎 피어난 창가에 앉으면

처음 그대를 만나던 날

생각이 납니다.


거친 항해 끝에 조우하는

무공해의 햇살처럼 순수한 모습이

퐁퐁 솟아오르는 맑은 분수대의

경쾌함을 닮은 음성이


때로, 무거워지거나,

따스해 지거나, 아플 때

그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쩍 외면하고 싶은 사랑의 말

들려주던...


한 줌 온기를 머금고

귀 밑을 간질이던 바람처럼

곁에 있을 때 알아채지 못 했던

당신께 스며들고 싶어라.


밝은 햇살이 서러운 오월 엔,

오월 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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