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골길에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된 것이 1년 남짓,
서울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컴퓨터를 켤 때
샛골길에 사는 사람들도 진지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고추 모종을 심고
감자를 캐고
푸성귀를 가꾸며
어느 누구도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아파트살이보다 불편함도 많지만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새벽을 여는 새소리와
햇살이 마당 가득 곤두박질하는 아침,
온갖 꽃들의 마음을 여는 햇살의 사랑 때문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