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손순자 詩
아파트를 조금 벗어난 공터에 해바라기 꽃을 바라봅니다.
어느 새 풀 같던 연약함의 과정을 지나 나무처럼 우뚝 솟아오른,
그 높이의 맨 꼭대기에 매달린 노란색 꽃이 오늘따라
어지럼증을 동반 합니다.
몇 일전 에 받은 동생의 편지에서 “비행기만 봐도 그리운 고향으로
마음은 달려가고, 해바라기 꽃처럼 한국 하늘을 바라만 본다.”
던 내용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지요.
‘오페라 하우스’ 와 ‘하버 브릿지’ 를 배경으로 활짝 웃는 아이들 사진과
함께 보내 온 동생의 편지는 나를 많이도 울렸습니다.
동생은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두고 간 마음까지 마저 챙겨갈까요?
언제부터인가 나도 해바라기 꽃을 보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던 동생의 모습이 오늘따라
노란 해바라기 꽃 속에서 자꾸만 빙글빙글 돕니다.
2004년 9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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