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요양병원
시/손순자
엄마의 몸에 빨간 불이 켜졌다
칠남매 번듯하게 키워놓고
자식, 손주 자랑하고 효도 받으며
이제 여생을 즐길 나이에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으니
생업을 포기하고 매달릴 수도 없고
아무리 깊은 효심이어도
긴 병 앞에 버티기 힘들다는데
“나 이제 퇴원하면 어디로 가냐?.”
고관절 수술 후 퇴원을 앞두고
엄마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하소연 할 곳 없어 끙끙대며
매일 밤 악몽을 꾸었다
엄마의 깊은 속마음은
까맣게 모르는 체
아니,
모르는 체 하면서
반 강제로 요양병원 으로 모신지 1년
봉양의 의무도, 부부 사이의 갈등도
가족들의 정신건강도 문제없이
우리 모두의 삶이 안온해졌다
월간 동두천문학 2016년3월호 (통권197호) 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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