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헐리다니?....
이 집이 무슨 무허가 건물도 아니고.., 4년전 에 건축허가 받아서 정상적으로 지은집이 왜? 아니 4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경우도 있나? 집 한 채를 지어도 100년 앞을 보고 짓는 법인데...자식 대 에서는 몰라도 우리 부부가 늙어 죽을 때 까지 이 집에서 살 생각으로 기왓장l장, 벽돌 한 장 얼마나 세심하게 고르고 골라서 지은집인데...말도 안돼.”
내 입에서 속사포처럼 말이 쏟아져 나왔다.
6일간 내몽골을 다녀온 후 예전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남편은
옆집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라며 "우리 집 뒤로 소방도로가 나기 때문에 최사장 네 집도
3분의 2가 헐린대. 벌써 측량도 해갔어” 를 전해 듣고 나는, 처음엔 무슨 뚱딴지같은 헛소문이냐며 믿지 않았었다.
혹시나? 하고 친구를 통해 알아보고, 그 날 오후에 서둘러 퇴근한 남편과 직접 확인 해보니
모두가 사실이었다.
헛소문이 절대 아니었다.
너무나 기가 막혔다.
유럽에서, 일본에서 예쁜 집 을 보면 사진을 찍어오기도 하고, 국내 에서는 길을 가다가 예쁘게 지은 집을 보면 집 주인의 허락을 받아 집안 까지 꼼꼼히 둘러보고 커피까지 얻어마시고 나 온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처음 땅을 사고 4개월 가까이 거의 출근도 하지 않고 집 짓는 일에 매달려온 남편,
벽지며, 타일, 대나무 마루바닥이며, 목욕탕 장식장까지...남편의 꼼꼼한 성격에 의해
선택되어졌다. 가족들의 반대 에도 불구하고 담장 없는 집을 고집해서 울타리 삼아 온갖 색깔의 철쭉을 심어 봄 이면 그 화려한 꽃 잔치에 약수터를 오가는 이들이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 뿐인가? 차가 오르내리는 길 가에 코스모스를 심고 새벽마다 나가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뽑아주는 일도 남편의 몫이었다.
몇몇 동네 분들은 우리가 이사 온 후로 동네가 다 환해 졌다 며 좋아 하신다.
작은 텃밭에 계절마다 상추며, 고추, 감자, 배추, 무우 등을 심어 이웃과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일 도 남편의 보람중의 하나다.
정원에 옮겨 심어 놓은 소나무(정이품송을 닮았다는...) 도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 잘
자라고, 포도, 사과, 배, 감, 머루, 대추, 밤나무도 어느새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는데...
7월이면 도시계획도로(소로2류) 가 시작? 될 거라 는 믿을 수 없는 이 황당한 계획 에
우리 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이 계속되고 있다.
이 좋은 봄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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