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표정
詩 이운룡
물을 뿌려 아침 공기를 씻었다.
포물선이 댓잎을 휘어잡고 물줄기를 쏟는다.
화분의 꽃잎들, 젖은 물기 씹는 소리가
워석워석 야단들이다.
온 집안이 아이스크림처럼 물을 핥아먹고 있다.
갓난애 엄마는 꿈속에 궁전을 짓고
할머닌 아기를 배 위에 뉘고는
어젯밤 밑진 잠 속에 푹 빠져 있다.
일찍 깬 유치원 큰손녀가
젖은 옷섶을 선풍기 바람에 말리는 할아버지의
가슴에 파고들어 앉아선
선풍기 바람을 조막손으로 움켜 바람으로 세수를 한다.
작은 손녀는 밤이 짧은 듯
꿈속에서 겨우 몸을 빼내자마자
오늘, 첫 입을 뗀다.
할-아-버-지!
아기는 말을 못해도 배고프단 말은 잘 한다
응애..응애애....으아...!
저, 생짜의 절대 언어!
눈물 없는 구애!
하늘의 말을 언제 배워 떼를 쓸까
앞뜰 감나무 잎은 햇살에 눈이 찔려
움찔, 몸 흔들다간 곧 평화로워진다
아침 일곱 시.
이운룡 시집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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