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末(토말)에서
손순자 詩
“수진아 내가 널 사랑하는 거니?
다른 남자가 있는 니 가 왜 자꾸 떠오르지.
왜 자꾸 너의 전화번호를 누르게 되지.
왜 자꾸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이곳에서 널 ‘사랑 한다.’ 라고
처음으로 외쳐본다.”
홀로 ‘땅 끝’ 에 온 장한이가.
10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마치 약속시간에 도착이라도 하려는 듯...
오늘따라 날씨가 범상치 못하다.
무기한 출항하지 못하는 갈두 마을 선착장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
방파제를 어슬렁거리던 내 눈에 뜨인 몇 조각의 낙서들
사랑, 우정, 아픔에 대해서 파도에 알몸을 부벼 대며 말한다.
오랜 시간을 서성이다 다시 되돌아갔을 사람들.
그들이 버리고 간, 남기고 간 사연들이 산적해 있는 이 곳 土末에서
17시간 15분을 기다려 보길도 행 ‘해광 훼리’ 에 지친 몸을 싣자,
눈에서 멀어지면 모두 다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던 여린 꽃잎 같은
그리움도 물보라 길게 날리는 뱃전에 매달려 따라 온다.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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