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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야 (김광균)

白松/손순자 시인 2010. 1. 6. 12:15

 

 

 雪 夜 (설 야)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엣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먼- 곳에 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追悔(추회) 이리 기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