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라 부르던 남자
가끔씩 (손순자 詩)
그대여
우리 가끔씩은 안부를 묻자
바람에 실어 보내거나
잔잔한 미소이거나
오랜 이별 뒤에 만나도
낯설지 않게
그대여
우리 가끔씩은 안부를 묻자
이 세상 의미를 두는 한 사람
손길 닿지 않는 곳에 있어
그 절망감으로 무관해져서
다시 모르는 사이가 되지 않게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
“잘 다녀올게 15년을 기다렸는데 5년을 못 기다릴까?...”
잘 있다 전화 한 통 없더니...
5년이 지난 몇 달 후 그 의 訃音을 들었다.
참 따스한 인연이라 생각했던 그 가 죽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어딘지도 모를 먼 길을 떠났다고 한다.
우리는 다시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 다면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 존재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 갈 힘이 된다던,
그대는 그저, 좁다란 골목에 눈 쌓이는 밤이면
생각나는 사람으로 내 가슴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껴 가버린 인연을 그대는 ‘첫 사랑’ 이라며
기억 속에 남겨두고 바람결에 한 번씩 들추어 보았나요?
낡은 책갈피 안에 말려둔 꽃잎처럼 간직하고픈 사람이었나요?
그대 짧은 삶의 여정에서 ‘첫사랑’ 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남겨 놓고 이제는 정지된 시간 속으로 초대합니다.
그대는...
손순자 수필집 <행복한 여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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