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

[스크랩] [발문] 손순자 시집

白松/손순자 시인 2008. 8. 18. 00:49

ㅁ 발문


모성애의 원류와 시적 형상화


김  송  배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현대시의 시 정신은 인본주의의 복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즘처럼 날마다 첨단문명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그 편리함과 반비례하여 단절된 의식의 정화는 우리 문학에서 조금이라도 역할을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불합리와 모순 등으로 각박해진 우리의 정서를 회복하는데 시인들은 많은 정열과 시간을 동시에 투자하는 노력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손순자 시인이 상재하는 시집『』는 이러한 시대적인 고뇌를 해소하고 인간 본연의 사랑과 진실을 탐색하는 좋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서 이 여름날 오랜만에 시원한 훈풍 한 줄기를 맞는 듯하다.

  그가 심도 있게 탐색하려는 주제의 투영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는데 너무나 진지한 모성애, 가족애 등을 통해서 정감 넘치는 진솔한 언어로 시의 본령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그동안 현실적으로 괴리(乖離)되었던 가정과 가족 간의 윤리관을 재정립하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적정황이나 화자들의 어조가 한 가정과 어머니, 아들(혹은 주변의 아이들)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감성어린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피폐해가는 현실 속에서 인본주의(humanism)의 구현을 통해서 시인의 진실을 표출하려는 손순자 시인의 시 정신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어른들의 눈엔 하찮은 일마저도 / 예민한 아이들 / 변해야 할 것은 / 이름뿐인 부모 / 부모란 이름의 어른들(「사춘기 아이들」끝 연)’이라는 자성(自省)의 어조는 ‘부모란 이름의 어른들’의 책임을 통감하는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임에 틀림  없다.

  손순자 시인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시적 구성은 대체로 모성애가 넘치는 주제가 중심축을 이루는데 자신이 어머니의 역할 속에서 재발견하는 손 시인의 ‘어머니’에 관한 애절함이 더욱 향취를 피어내고 있어서 ‘어머니-나(여자, 가정)-아들’이라는 대칭의 연계(連繫)를 조화시킴으로써 존재에서 필연의 상생작용을 적시하고 있다.

 

자꾸 목말라 마시고 / 허기져 마시고 보면 / 어느새 마음까지도 의젓해지던 / 가난한 유년의 그 펌프물로 / 7남매의 키를 키우고, 살을 찌우며 / ‘물 한 방울도 아껴야 잘 산다’시던 / 어머니 그 말씀이 진리인 것을....(「펌프물을 추억하다」끝 연)


더 이상 여자이어선 안 된다고 한다 / 이전의 삶 / 만남도 /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버리라며 /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 일생을 묶어놓고 / 말없이 살라한다 // 어는 훗날 / 거울 앞에서 마주칠 내 모습 / 아! 낮선 슬픔 / 산다는 것은 / 결굴은 / ‘살아내야 하는 것’인가(「여자, 산다는 것은」전문)


저 먼 / 그리움의 끝에 있는 / 훈련병 아들의 첫 편지는 / 눈물이 앞을 가려 처음엔 / 눈으로 읽지 못합니다 // 마음으로 읽어야 합니다(「첫 편지」끝 연)


  이렇게 손순자 시인의 시적사유의 향방은 ‘가정’이라는 가장 근접한 공간에서 생성되고 이를 시로 형상화하는 데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어머니’와 ‘여자’ 그리고 ‘아들’의 대칭적 이미지의 발현은 곧 윤리성과도 직접 연관이 있기에 그의 모성애를 승화하는 순수서정의 극치(極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셸리라는 사람이 시는 가장 행복하고 가장 좋은 정신, 가장 좋고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한 시인이 체험을 통해서 얻어진 정서가 최고조의 좋은 정신의 기록이라고 본다면, 손순자 시인은 모성이라는 인간적 근원을 정서의 축에 설정하고 사랑의 표본을 제시함으로써 우리의 공감영역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7남매의 키를 키우’신 ‘어머니’와 ‘거울 앞에서 마주칠 내 모습’과 ‘훈련병 아들’이 상호 정적인 교감으로 작품에서 동화할 때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고 그가 투영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징(明澄)해지는 창작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하듯이 손순자 시인은 잔잔하면서도 순정적인 어조로 이 시집 전체를 물결 흐르듯 내면의 의식을 표출한 것은 그가 평소에 일상생활에서 체질화한 모성의 순수가 작품 속에서 그의 자양으로 충만 되어 있음을 간과(看過)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시인이 그의 내면세계를 묶어 시집으로 탄생시키는 것도 요즘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인들은 시를 창작해야 하고 창작된 시를 모아서 시집을 발간해야 한다. 그것이 개인에 관한 정서의 정화(淨化)이거나 스스로의 도취(陶醉)라고 해도 상관없다. 이는 시인이 존재의 문제에 있어서 심각하게 성찰(省察)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하는 탐색의 기회도 되기도 한다.

  이처럼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 / 짜릿한 감각마저도 / 태연하게 삼켜 / 일상의 틈속에 스며들게 하는 나이(「여자가 깊어지는 나이」끝 연)’ 의 시인이 다정다감하게 펼치는 손순자 시집『 』의 발간에 찬사를 보낸다. 독자들도 오랜만에 어머니와 아들이 교감하는 정겨운 모성애의 깊은 상상력에 심취하게 될 것이다. 

출처 : 청시(聽詩)
글쓴이 : ksbpoet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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