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시인의 수필

강신복 고문님께!

白松/손순자 시인 2008. 5. 29. 11:39

동두천 '소요문학' 의 든든한 버팀목 이신 강신복 고문님께!

다른 해보다 유난히도 덥고, 비 가 많았던 지난여름 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며칠 사이에 새벽이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부쩍 냉랭해진
공기가, 그 서늘함이 몸속으로 파고들어도 싫지 않은 너무나 반가운 날들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겨울도 성큼 다가오겠지요?
이 편지가 아마도 고문님께 보내는 두 번째 편지가 되는 것 같네요.
이번에는 제가 먼저 편지를 보내려고 했는데 또 이런 저런 핑계에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결국에는 또 다시 고문님 편지받고 답장을 쓰는
모습이 되고 말았어요.
깨끗하고 정돈된 글씨로 편지지 세장 가득 빽빽하게 써서 보내 주신 고문님
편지 받고 정말 많이 감동 했습니다.
나도 20년 후에 고문님처럼 살수 있을까?
68세의 고문님 연세에 나도 저런 소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늘 긍정적인 모습, 약국일 보시면서도 늘 손에서 책을 떼지 않고 항상 글과 함께
생활하며 늘 건강한 몸과 마음의 고문님처럼 살수 있을까?
당신 몸 관리하시기도 버거우실 텐데 93세의 시모님 치매 노인을
정성스럽게 보살피시는 고문님을 뵐 때 정말 여성의 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시는 분이라 생각 합니다.
지난 8월 18일 날 저희 집에서 소요문학 모임 갖던 날 집을 잘 못 찾으셔서
오토바이 타고 두 시간 을 길에서 해매 시다 가 도저히 못 찾겠다고 포기하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너무나 오고 싶어 하시던 음성 때문에
제가 차를 가지고 바로 모시러 가니 소녀처럼 너무나 기뻐하셨지요?
농장에서 싱싱한 것을 사신 거라시며 오토바이에 실려 있던 계란 두 판과,
음료수 한 박스를 차에 옮겨 실으시며 너무나 좋아하시던 모습을 보고 집에
다른 회원들을 놔두고 달려가길 잘 했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귀찮다고 가지 않았더라면 그 날 얼마나 쓸쓸 하셨을까?
집도 하나 못 찾는 늙은이 라고 혼자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셨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고문님께서는 다른 후배 회원들도 고루 아끼고 많은 격려를 해 주시지만
특히 저에게는 남다른 애정을 보이시곤 하셨지요.
지금도 2000년 12월에 보내주신 연하장 에 적힌 고문님의

“사랑스런 손순자씨께!
저무는 한해에 그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만사형통 하소서
글벗 우정 한해도 고마웠고 새해도 변함없이 좋은 글 많이 써 주게나.
예쁘고 마음씨 곱고 항상 보면 사랑스러워 지는 그녀!
이심전심 마음씨 착하게 아름답게 예쁜 글 써 주게
단체에서는 편안하게 느끼지만 상대적으로 만나면 반할 것 같은 그녀!

강 고문 보냄'

애정이 담뿍 담긴 내용의 글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지금도 가끔씩 펼쳐보면 그 정겨움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곤 한답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중앙일보 에 제가 쓴 수필 ‘오이지에 담근 추억’ 이
실렸을 때도 제일 먼저 아침 일찍 전화 걸어서 축하해 주신분도 고문님 이셨습니다.
그 날은 제가 미처 신문을 펼치기도 전 이었기에 그 기쁨이 얼마나 크던 지요.
며칠 전에도 약국 가시는 길에 오셨지요?
제철 과일이며, 책 몇 권 챙겨 가지고 오셔서는 거실이며 방마다 진지한 모습으로
수맥 검사를 해 주시던 그 모습이 갑자기 생각나 웃음이 나오네요.
지금쯤은 나이 들었다고 대접 받으려고 하실 연세인데도 20년이나 아랫사람인 저에게
늘 먼저 마음 문 을 열어서 고운 편지 전해 주시던 모습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컴퓨터의 메일이, 핸드폰의 문자 메시지가 빠르고 편리하다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끈끈한 사랑과 정을 이어주는 것은 편지쓰기가 단연 으뜸 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문님도 아시지요?
오늘은 ‘보문사’ 가 바라다 보이는 작은 나만의 공간(서재)에서 창문을 활짝 여니
눈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아찔한 밤꽃 향기에 취해 지내던 날이 어제일 같은데 밤송이가 곧 터져 버릴 것 만 같이
탐스럽게 달렸네요.
문득 누군가에게 연필로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날
내 이름을 불러주던 이들, 그 모습이 그리워져서 가슴이 시려오는 시간
부칠 수 없는 편지들은 꼭, 꼭 가슴에 남겨 두렵니다.
오늘은 병아리를 닮은 노란색 편지지를 골랐어요.
벌써부터 편지를 받으시고 환한 웃음이 되실 고문님을 생각 하니 제가 더
행복해 지는걸요.
우체국 가는 발걸음이 날아갈듯 가벼울걸요.
220원 짜리 우표를 사서 붙이는 순간은 더욱 설레 일 겁니다.
참! 고문님 가까운 시일 내에 꼭 시간 내서 꼭 ‘허브나라’ 에
모시고 가겠습니다.
‘허브 돈가스’ 사 주 시는 거죠?
아무쪼록 건강 하실 때 부지런히 해외여행 도 더 많이 하시구요.
계속 좋은 작품 많이 쓰시고 늘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십시오.

고문님! 사랑해요.


2005년 매미울음소리 정겨운 처서를 지나며....

처음처럼 변함없는 마음으로 손순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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