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밤이면 더 많이 쓸쓸하실 어머니!
손순자 편지글
어머니!
아니 엄마!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엄마! 라고 부르는 철부지 셋째 딸 입니다.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어제 김부자 효(孝) 콘서트를 보시며
잠시나마 손뼉 치며 좋아하시던 어머니 생각을 합니다.
어제는 비록 A석 좌석이어서 허리 아픈 엄마가 기댈 수가 없어 많이 불편했었지요?
다음번엔 기필코 편안하고 잘 보이는 앞자리로 준비 하겠습니다.
세월엔 장사 없다고 하더니 어머니께서도 세월의 무상함을 떠올렸을까요?
어머니께서 는 몇 일전 추석에도 오빠 집에 가셨다가 겨우 하룻밤을 보내고 또 급히 오셨지요? 이제는 조금 편하게 큰 아들 집에서 오래 머무셔도 될 텐데...
어머니께서 오빠 집에 가 계시면... 그 시간만큼 은 내 마음이 편하니까요
어머니께서는 필경 아까 늦은 점심으로 생선 쌈밥정식으로 든든하게 드셨다며 오늘도 저녁식사를 하지 않으셨을 테지요.
저 또한 최 서방만 저녁을 차려주고 저는 먹지 않았습니다.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바로 차로 집까지 와서
이불속에 들어가 있다가 두 시간 단잠에 빠졌었습니다.
그러니 아직까지도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늙으신 어머니께서는 입맛까지 없으신데 저녁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 하겠지요.
하지만 누가 곁에 있어 식사 때 마다 챙겨 드릴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니
어머니께서 당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씩 이라도 자주 이것저것 드세요.
그것이 어머니께서 당신보다 아끼시는 자식들을 위하는 길이랍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로는 단 한번도 어머니께 편지를 쓴 기억이 나지 않는답니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누르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멜로디 카드를
드린 이후 로는요 매번 시 로, 수필로 때로는 부치지 못하는 편지 만 열심히 썼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써도 어머니께서 읽으실 수가 없기 때문에 어머니를 향해 쓴 사랑의 편지 는 늘 제 가슴속에만 남았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번씩은 전화 걸어 안부를 물어야지,
적어도 한달에 두 번 이상 엄마 좋아 하시는 대구탕이며,
돌솥 밥 정식 사드려야지, 오일장날 이면 엄마 팔짱끼고
장거리 구경도 시켜드리고, ‘아이고 다리 아프다’ 며 핑계 삼아
노점에 앉아 시원한 물냉면이라도 같이 사 먹어야지I 라고 다짐 해 보건만 무어 그리 사는 게 바쁜지 전화는 겨우 일주일에 한번도 할까 말까고,
날씨 덥다는 핑계로, 엄마 허리 아파서 많이 걷지 못한다는 핑계로 오일 장 구경 한 지가 언제 인지도 기억나지 않고 요즘은 그저 지나는 길에 전화로잠깐 내려오시라고 해서 얼굴보고 고추며, 오이 몇개 만 던져 버리듯이 하고 와 버렸으니...잠깐이라도 들어가 커피 한 잔 달라고 한 적 없으니...
엄마! 많이 서운 하시지요?.
언젠가 엄마 집에 갔을 때 어디 선가 전화가 걸려 와서 제가 받았더니 잘못 걸려온 전화였는데 어머니께서 그때 “ 아주 심심 할 때 는 잘못 걸린 전화 벨 이라도 울렸으면 좋겠다.” 고 하신 적이 있었지요?
오늘따라 그 말씀이 떠올라 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밤이면 더욱 쓸쓸해하실 어머니!
이제는 큰오빠 네와 합치셔서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상도 받으시고 이제
증손주들 재롱이나 보시면서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어머니 칠순잔치도 제대로 못해드렸는데 엄마! 팔순 잔치는 저희 들이 꼭 해 드릴게요.
그때에는 호주간 별님이네도 잠깐 다녀가라고 해야할까봐요.
늦은 밤 이면 더욱 쓸쓸 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셔 주시구요, 영원히 사랑 합니다.
2007년 9월 30일 엄마의 사랑하는 셋째가
편지가족 우체통 제 14집 에 수록됨
'손순자시인의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웠던 날 (0) | 2008.05.06 |
---|---|
사랑하는 아들아! (0) | 2008.02.13 |
까치밥 (0) | 2007.11.24 |
"엄마! 저거 어느나라 태극기야?" (0) | 2007.11.13 |
어느 가을날 찾아온 행복한 조우(遭遇) (0) | 2007.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