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과 현실 제 19호 (2011년 겨울호)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12 코너에
'종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찾아서' 손순자 시인의 글과 사진이 실렸다.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12)
(종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찾아서)
손 순 자 시인
처음 중국 연변의 대성 중학교 에서 그의 흔적들을 만나고, 일본 도시샤 대학 캠퍼스에서 그 의 시비 앞에 섰던 것이 언제였던가? 참으로 먼 길을 돌아 이곳에 왔다.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 고개 가는 7022번 시내버스에 올랐다. 오색빛 찬란하던 나무들도 하나 둘 씩 잎을 떠나 보내는 계절, 어느새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에 섰다. 차창 너머 겸재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던 인왕산 의 정경에 마음을 빼앗길 즈음,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 깜짝 놀랐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리니 버스정류장에도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빠르게 지나치는 자동차들, 그 길 건너에 담쟁이 덩쿨 소박한 윤동주 문학관이 보인다.
서울특별시 종로구는 2009년 7월 11일 윤동주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인왕산 자락 청운공원(부암동)에 [시인의 언덕]을 조성하고 이곳에 <서시> <슬픈 族屬>을 새긴 시비(詩碑)룰 건립하였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있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 하숙하면서 <서시> <별 헤는 밤> 등 대표작들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가압장으로 사용되었다는 낡은 건물 담벼락에 ‘윤동주시인의 언덕 오르는 길’ 이라고 씌어있는 문학관 안으로 들어서자 내 눈길이 젊은 날의 윤동주 시인을 그린 초상앞에 멎었다. 비록 그림으로,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그의 아름다운 젊은날의 모습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새겨져있다. 그가 어린 시절 주일학교를 다니던 명동교회의 난로며, 마시고 자랐다는 생가의 우물목판 (생가 우물은 그의 명시 ‘자화상’ 의 배경이다) 과 시인의 집에서 사용 하던 다리미, 생가의 깨진 기왓장, 대패, 톱 등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12월30일 중국 길림성 룡정시 명동촌에서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룡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28년 짧은 생애중 꼭 절반인 14년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는 아늑한 명동에서 살았다. 만 8살에 입학하여 시적 감수성의 기본이 형성된 곳이기도 한 명동 소학교시절, 그는 벌써 서울에서 소년, 소녀들을 위한 월간잡지<아이 생활>을 구독해서 읽었으며 5학년이 되어서는 송몽규 등의 급우와 함께 <새 명동> 이라는 이름으로 등사한 잡지를 발간하기도 했다니 그 때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면, 4년간의 연희 전문학교 시절은 그의 짧은 생애 중 가장 풍요롭고 자유로웠던 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이 꿈에 그리던 연희전문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러 온 것이 첫 서울행이었고 당당히 합격하여 처음으로 쓴 시가 <새로운 길> 이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 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래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년 5월 10일 <새로운 길> 전문
새로운 환경에서 생활을 시작하며 꿈 많은 젊은이의 활기로 충만했을 청년 윤동주, 그 때의 시 를 읽으니 가슴이 먹먹하다. 문학관을 나와 담쟁이 덩쿨 길을 따라 시인의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그가 아침 식사전에 누상동의 하숙집을 나와 산책을 했다던 그 길, 혹시나 만날 수 있을까? 그 옛날 시인의 발자욱을 더듬으며 걷고 있자니 낯설지 않은 시어들이 절로 입안을 맴돈다. 발 길 닿는 곳 마다 시인의 시구가 붓글씨로 씌어져 있는 산책로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서시정(序詩亭), 연길에 있는 윤동주 묘소의 흙을 한줌씩 가져와 뿌렸다는 시인의 영혼의 터, 시인의 언덕 무대 에서는 그를 기념하는 시낭송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치러지기도 한다. 맑은 영혼의 언덕에 올라 오늘따라 쓸쓸하게만 보이는 윤동주 소나무 에 기대어 그의 통한의 짤막한 생애를 생각하며 우리 문학사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는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순수한 동심, 겸허한 자세, 자기반성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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