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세 번째 시집을 낸지 7년만이다.
살아오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을 시로 쓴 작품을 모았다.
본 받고자 한 인물, 함께 했던 귀한 인연 일흔 일곱 분을
작품속에 담아 시 앨범을 만들었다.
나에게는 삶의 리얼리즘(realism)이 소중하다.
꼭 함께해야 할 귀한 이름 다 담지 못했지만
가능하면 두 번째 시 앨범도 준비할 작정이다
쉽고 편안하게 다가서고자 일기처럼
어렵지 않게 풀어서 쓴 시들이다.
늘 부족하고 부끄러운 농사에도
자족하며 살아 갈 것이다
2009년 2월 2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무실에서)
저자 허홍구
시인 허홍구를 말한다
/ 권천학
비가 쏟아지는 날 천둥번개가 치면
지은 죄업 때문에 문 밖 출입을 삼가 한다는 남자
저놈 잡아라하고 찾아올 여자들 때문에
TV 에는 절대로 출연을 못한다며 너스레를 떠는남자
가슴이 펄펄 끓어서 찬물만 마신다하고
속이 달아 설탕을 먹지 않는다 하고
단물만 빨아먹고 뱉는 것이 싫어
껌을 씹지 않느다는 사람
목욕 할 때와 바람피울 때는
전화를 못 받는다며 예고하는 싱거운 사람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있는데도
그의 애인이 누구인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고
끊임없이 호감을 갖게 하는 중년남자
그는 늘 바람을 이르킨다.
참치 회는 좋아한다면서
접시위에 꿈틀거리는 활어 회를 보고는
불쌍해서 못 먹겠다는 맘 약한 남자
앞머리가 많이 빠지고 술을 좋아하는 시인
그의 선한 눈빛에
수많은 여자들이 빠져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