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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 저수지

白松/손순자 시인 2021. 1. 2. 15:09

장암 저수지

 

                                   시/손순자

 

그 곳에 가면

‘아프로디테’ 와 ‘헤스티아’ 를 만날 수 있으려나

길게 이어진 좁은 길은 달려갈수록 낯설다

여신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아

따스한 햇살 품은 칼바람은 시리고

‘호수의 집’ 은 덩달아 쓸쓸한데

 

태봉국을 빼앗긴 궁예의 한탄,

하늘의 구름,

뾰족한 나무들 길고 긴 그림자 모두 품은 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는 저수지에서

 

그리스 여신들 흔적을 찾아 온 사람들은

별에서 왔다는 도민준 과 천송이 를 만나

겹겹의 세월 살아오면서 희미해진

반짝이던 젊은 날을 그리며

첫 눈 과 만날 그 날을 기다린다.

 

 

 

* 시작(詩作)노트 :

코로나19에 갇혀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이 우연히 TV 를 시청하다가 만난 예능

‘갬성캠핑’에서 여성연예인 6명이 그리스의 여신으로 변신해서 장암 저수지를

찾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 는 속담이 떠오른다.

평소 남편은 ‘포천’을 자주 오고 갔었는데 ‘장암 저수지’ 가 궁금하다고 해서

따라나선 날, TV화면에서 의 장면들은 계절의 변화에 바뀌었고, 그녀들의 흔적을 더듬다가 그 곳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의 겨울 씬 촬영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련한 추억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월간 [군사저널] 2021년 1월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