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군사저널 2016년 11월호

월간 군사저널 2016년 11월호 에 손순자 시인의 시 [DMZ를 기억하다 ] 수록

DMZ를 기억하다

                                                 시/손순자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캠프 그리브스 (CAMP GREAVES)에서
50여 년 동안 오고 또 가기를
나이도 이름도 고향도 다른 파란 눈의 병사들이
또 다른 전쟁터 이라크로 떠나고 나자

이름 모를 어미 새는
1129일의 전쟁과 분단의 아픔과 절망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군 떠난 탄약고에 둥지를 틀고
새 생명을 품고 희망을 노래하는데

‘태양의 후예’흔적을 찾아 온 사람들도
갖가지 색깔의 리본을 달며
뜨거운 마음으로 평화통일을 염원한다
리본 숫자가 얼마나 더 쌓여야
녹슨 철조망도 녹일 수 있으려나

가느다란 바람결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경계초소에서
우리의 아들들은 오늘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의 악몽을 떠올리며 군번줄의 의미를 새기다가
또 다시 두 눈 부릅뜨고 북한초소를 주시하며
죽음의 차단막이 없어질 그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