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골일기

제 60회 현충일 헌시낭독

白松/손순자 시인 2015. 6. 7. 00:17

 2015년 6월 6일 (토) 오전 9시 50분  동두천시 현충탑

제 60회 현충일 [헌시낭독]   가장 아름다운 신부   시/이태학

 

 

 

 

2014 보훈문예작품공모전 시부문 최우수상 당선 

 

가장 아름다운 신부 / 이태학    낭독  손순자/최상기

 

아버지, 당신의 마지막 전투가 있던 날

금화지구 골짜기에 퍼붓던 총탄처럼

새벽까지 세차던 빗줄기는 멈추고

새파란 하늘 아래 현충원의 휘장들이

만장으로 휘날리는 오늘

어머니를 당신께 보내 드립니다

산딸나무 하얀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날

육십삼 년의 서러운 그리움으로

아버지의 유산이 되어 무겁게 반짝이는

비석의 문을 열고 보내 드립니다

죽음과 수절이 숨바꼭질하며

가슴을 치던 수많은 날들

스치는 바람이 흔드는 문소리에 행여 당신인가

설레임과 두려움에 문을 열던

어린 남매와 청상의 트라우마를 지우고

오늘 어머니를 보내 드립니다

탁자 없이 의자만 있는 거실처럼

늘 어색하고 허전했던 긴 세월들

보이지 않는 눈총에 쉽게 마음 다치고

주눅 들던 유년의 날들보다 더 초라했던

우리의 구멍가게와 어머니가 누워 계셨던

호스피스 병동은 기억하지 마십시오

오늘 육십이 넘은 아들의 친구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신부를 운구하여

한 삽의 부토를 얹습니다

어머니의 애틋한 새벽기도와 찬송이 멈추었듯

아버지의 간절한 외출도 휴가도 끝나

귀대 시간이 다가오는 병사의 근심은 없어도 됩니다

아버지, 이제 무거운 짐을 놓으시고

긴긴 날 그리웠던 당신의 신부와 함께

새로운 설레임으로 조국을 지켜봐 주소서

영원한 푸른 병장의 군모를 쓰고

현충원의 길목에 나부끼는 휘장처럼

펄펄 웃으며 어머니를 맞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