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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을수 없는 미래/박철언
白松/손순자 시인
2014. 1. 13. 18:06
잡을수 없는 미래
시/ 靑民 박철언
나의 마음속에는 미래가 없다
소년, 청년, 장년기
세 가지 장면을 마음속에 걸어두고
때때로 번갈아 쳐다본다
철없이 뛰어놀던 방과후 운동장이
몸을 가득 채운다
공을 힘껏 차고 던지며 지르던 소리가
우레같은 함성이 되어 사방에서 들린다
운동장의 흙냄새와 나의 땀내가,
교정에 핀 꽃들의 향기와 범벅이 되면
얼굴엔 환한 미소가 햇살처럼 번진다
어느듯 풋풋한 사랑의 계절
마음도 몸도 뜨겁다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지만
서로에게 다가가는 길을 몰라 오해와 아쉬움으로
단절되는 그 고통, 그 절망위에
청운의 꿈이 피었다
꿈이 현실이 되어
그렇게 소망하던 나의 왕국을 세우고
궁궐을 준비하고 깃발 올리고 법률도 만들었다
사랑스러운 백성도 생겼다
니이케의 깃털, 뮤즈의 영감, 비너스의 실루엣이
나의 장식품이 되어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의 거친 파도가 나를 위협하고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그때 나에겐 견디어낼 힘이 있엇고
내 왕국엔 응원군과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세월이 보이지 않고
나의 왕국도 사라졌다
모두 나를 팽개친 채 떠나가고 있다
세월의 속도에 현기증이 난다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과거뿐
언제 까지나 내 마음 속에만 존재할
세개의 액자가, 과거가 나의 미래임을 안다
과거와 미래가 겹쳐있는 것이
잡을 수 없는 미래가 나의 운명인가
**제8회 세계문학상 詩부문 대상 수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