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겨울호
계간 [시와 산문] 2013 겨울호 창간 20주년 80호 특집 에 실린 손순자 수필 1편 [어머니 생각]
■ 통권 80호 기념특집 [시와산문] 겨울호 목차
014 창간 80호를 내며_누군가 북을 쳤을 때 ┃ 이충이
창간 80호 기념특집·�___2000년대 문학의 특성과 그 방향
020 불가능한 정치, 가능한 시 ┃ 김영범
032 소통 혹은 소외, 소통 시대의 역설 ┃ 김효석
기획특집__시의 공간, 경북
048 소백산·태백산 자락의 시인들 ┃ 이태희
시인조명___문성해 시인
062 대표시와 신작시 __각시투구꽃을 생각함 외 9편
079 ‘처럼’, 그 새로운 감각의 세계 ┃ 박성필
창간 80호 신작시 기념특집·�___
090 총알택시 속에서의 식사 외 1편 ┃ 이승하
096 일몰, 숲 외 1편 ┃ 이경교
100 생선들 외 1편 ┃ 정병근
106 평등의 비애 외 1편 ┃ 김상미
109 텀블링 외 1편 ┃ 박완호
112 버스가 쳐들어온다 외 1편 ┃ 김선태
118 구름집 한 채 외 1편 ┃ 김신영
124 스산 외 1편 ┃ 윤의섭
130 밤의 산죽 외 1편 ┃ 유종인
135 바퀴들 외 1편 ┃ 박남희
141 소금 바구니 외 1편 ┃ 김영자
147 술잔 속에 집을 짓다 외 1편 ┃ 김점용
153 한강이 없어 어떡하지? 외 1편 ┃ 손현숙
158 꽃 피고 새가 울 때 외 1편 ┃ 이창수
160 당신의 11월 외 1편 ┃ 김병호
제18회 서울시인상 수상작___표순복 시인
166 제18회 서울시인상 심사평
168 특별하지 않은 날의 주절거림 외 4편 ┃ 표순복
책 속의 책___ 『국민문학』을 읽는다
178 의무교육이 될 때까지 ┃ 마쓰키 히데오 외 4인__김수영 역
시 두 편___
192 꽃을 보았다 외 1편 ┃ 김우현
196 고목 외 1편 ┃ 배상수
200 꿈꾸는 섬 외 1편 ┃ 박성민
204 야자나무 아래 잠들다 외 1편 ┃ 이겨울
208 건조증 외 1편 ┃ 전숙
212 눈에 밟히다 외 1편 ┃ 김석윤
215 가을산 외 1편 ┃ 황주영
218 껍데기 외 1편 ┃ 정은율
221 태백산 아래 바다 외 1편 ┃ 나영채
224 5월의 빈 집 외 1편 ┃ 유영숙
소설___ 227 부추꽃, 그 환한 인생 ┃ 장정희
수필___
249 고요한 준비 ┃ 노정숙
253 아내의 홍시 ┃ 김덕우
**257 어머니 생각 ┃ 손순자
문화산책___
262 우리의 문학관을 찾아서 �_
민족의 자존을 지켜온 행복한 지킴이_한국근대문학관 ┃ 홍석주
273 우리 신화, 세계 신화와 만나다 �_
한국의 테세우스 고구려 유리 왕자 ┃ 김원익
283 차 한 잔의 향과 시 �_
황홀하게 시들다 ┃ 김승희
신간서평·계간평___
294 우주를 향한 몸의 환유_황희순 시집 『미끼』 ┃ 나호열
301 견뎌내고 버텨내는 마주보기_구효서 소설집 『별명의 달인』 ┃ 오혜진
*제13회 녹색시인상 작품모집 / 046
*제19회 서울시인상 작품모집 / 060
*신인작품공모 / 260
어머니 생각
손순자 수필
아들 결혼식을 치르고 닷새 만이었다.
그 날은 결혼한 아들의 방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는 날이었다.
넷째 시동생의 다급한 전화가 오고 남편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자식들 중 누구의 말 도 듣지 않아 결국 큰 아들이 가서야 병원에 가자고 달래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원시켰다.
며칠 사이 갑작스레 심해지신 치매 어머니를 요양원에 맞기고 돌아온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서
비취색 목걸이와 반지가 나왔다.
그때까지도 어머님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 한 목걸이와 반지를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직까지 이쁜 손주며느리가 해 드린 이불을 한 번 덮어보시지도 못 했는데....
그 동안 장남의 손주가 결혼식을 하기 까지, 며느리가 해 드린 고운 한복 입으시고 예식장에
오실 때 까지 잘 버티어 주신 것이 새삼 고맙기만 하다.
“한데로 나갈까? 어제두 막내가 와서 나가서 귀(보청기)사서 옇구 소고기국밥 먹구
빠마하고 그랬어” “시방은 아픈지 어쩐지 몰라 잘 때도 이런데 쑤시고 그런 거 몰라
아무 감각을 모르겠어, 언제까지 이렇게 한도 없이 있어야 되는 건지?”
“얼른 다 낳아야지 나가지”
“그 사람들이 뭐 가라 소리 하겠어? 있는 사람은 1년도 있구 2년두 있어”
“아냐 다 낳으면 나가라고 하지, 엄마가 나이가 많으니까 낳는게 늦단말야 젊은 사람들
하고 틀려서” 가끔씩 언덕배기 요양원으로 찾아가면 어머님은 늘 한데로 나가자고
어린아이처럼 졸랐었다.
그 날 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건너편 소파에 앉아계신 어머니 모습이 보였다.
“너 처음으로 여기 왔제? 잔치 때 보구 처음이지?
그래두 너 처음 시집와서 나 잔치집 갈라고 한복입고 나서면 고무신 닦아놓고 신으라고
하면서 어머님 너무 고와요 꼭 새댁 같으세요. 라고 말했었지.”
그 때를 기억하고 계시는 구나.
어머니는 그렇게 나는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오래전의 일들을 기억 속 에서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 내어 이야기 하셨다. 다행히도 맏며느리에 대한 좋은 기억만을....
요양원에서 생활 한지 7개월이 지난 어느 날. 구급차로 큰병원으로 향한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응급실에서, 집중 치료실에서, 그리고 다시 병실로 ....
겨우 죽음의 고비를 넘긴 어머니는 이제 다시 세살바기 아기로 사신다.
기저귀와 소변줄을 차고 콧줄로 음식물을 드시고, 자꾸만 콧줄을 빼는 양쪽 손목을 침대에 묶어
놓았다. 정신이 말짱 하실 땐 한 번도 하지 못했던 말 “어머님 사랑해요”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 한다 해도 병원에 갈 때마다 어머니 귀에 대고 속삭인다.
두 손 꼭 잡고 손 에 힘 줘 보시라고 말 하면 어느 날은 정말로 알아들으시는 걸까?
손에 불끈 힘을 주는 어머니.
“어머니 얼른 기운 내서 일어 나셔야해요. 내년 봄에 꽃구경 드라이브 해야지요
어머니 좋아하시는 왕갈비도 사드리고 오리고기도 먹으러 가야지요.”
오늘도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혼자 이야기 하며 눈 을 맞추면 천진한 아기처럼
오래 오래 두 눈 마주치시는 어머니는 지금쯤 어느 시간대를 사는 걸까?
돌아서는 발걸음은 늘 돌덩이라도 매단 듯 하지만....
그렇게라도 오래 오래 우리 곁에 살아 계실 수만 있다면
그 것 만으로도 나에게 큰 힘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