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자료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白松/손순자 시인 2011. 8. 15. 16:01

박철언 시인의 제 2시집  따뜻한 동행 을 위한 기도  에 수록된 축하의 글

 

 

 

 

 

         축하의 글

 

 

                                     손순자 (시인. 수필가)

 

 

연둣빛이던 나뭇잎이 어느새 짙은 초록빛으로 변해버리고 사방이 꽃 천지인 설렘의 계절입니다. 청민(靑民) 박철언 시인의 제2시집『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 축하의 글을 쓰면서 ‘순수문학상’시상식장에서 처음 환한 미소로 악수를 청하던 박철언 시인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시인께서는 ‘작가상’을, 필자는 수필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는 자리였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일일이 축하객과 악수를 하던 시인에게 필자의 수필『 행복한 여자 』를 전한 일을 계기로 박철언 시인은 저에게 문학적 벗이자, 멘토(mentor)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필자의 수필집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을 들었을 때에는 그 겸손함과 더불어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는 성심에 감동을 하였습니다.

 

시인에게서 결코 가식은 찾아볼 수 없는 묵직한 친근함과 자연스러운 흡인력을 느꼈습니다. 그만이 소유할 수 있는 부드러움과 특별한 따뜻함, 냉정하고 차갑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인간미 넘치고, 진심 어린 관심과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남을 항상 의심하느니 차라리 믿다가 속임을 당하는 길을 택하겠다. 속임을 당한 고통은 잠깐이지만 의심하는 고통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폴 고갱’의 말이 떠오릅니다.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용기와 자극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너무나 어려운 현실입니다. ‘존경’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지요. 박철언 시인은 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존경할 만한 분입니다. 그렇기에 이처럼 선뜻 ‘축하의 글’을 쓰겠다고 자청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이 나라 역사의 선봉에 서서 현실정치의 정도를 이끌었던 정치인 박철언. 교수 박철언. 변호사 박철언. 이 외에도 무수한 수식어가 그를 지칭하는 탓에 언젠가 필자가 그에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많은 호칭 중에 어떤 호칭으로 불리는 게 가장 좋은가요?”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인으로 불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라고 대답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필자 역시 ‘시인’이라 불릴 수 있음에 감사해 하기도 했지요. “창 너머 백목련이 만개해서 매우 아름답다”라며 박목월 ’시‘사월의 노래’를 이야기 하던 그에게서 천상 ‘시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목련꽃 그늘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아마도 그 무렵쯤으로 기억됩니다.

아래의 시를 시인의 홈페이지에서 처음 읽은 날이…….

 

 

  백목련 시샘으로/창이 하얗게 물들던 날/내 단잠을 깨우고마음 문을 열고/

꽃물 머금은 바람처럼/그대 다녀갔나요

 

꿈엔 듯 그대를 안고/나직이 속삭이던 봄의 찬가/다정한 입맞춤에채 타오르기도 전에/

‘안녕’이라며 뒷모습 보이고/홀연히 사라져 버린 그대

 

또다시/봄이 찾아오고/하얀 웃음으로내 곁에 온다면/

내 마음 또다시/빈틈을 보일지도 몰라

 

 

                         <꿈엔 듯 다녀간 그대> ... 전문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자연의 숨결조차 언제나 따스한 사랑의 눈으로 보는 섬세한 마음을 엿볼 수 있으며, 가식 없이 솔직하고 구체적인 묘사 역시 독특한 그 만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를 읽는 내내 자연의 품에 안긴 것처럼 숨통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을, 그뿐만 아니라 아무나 흉내를 낼 수 없는 순수한 감수성이 느껴져 긍정의 에너지가 온몸 속속들이 전해져 오는 듯합니다. 이런 감흥이 필자뿐 아니라, 독자들에게까지 전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2004년 첫 시집 『작은 등불 하나』를 상재하고 나서 실로 오랜 공백 끝에, 일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실린 두 번째 시집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보도블록 사이를 뚫고 여린 잎을 밀어내 지상의 눈이 부신 햇살과 조우하는 노란 꽃 민들레의 몸부림이 실로 미약한 것처럼, 사람들은 인지할 수 없지만, 가슴 벅찬 시어 하나하나로 그만의 감성을 담아내는 박철언 시인. 이 세상에서 한순간, 한순간이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 또한 박철언 시인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박철언 시인의 『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에 수록된 89편의 시에서 묻어나는 언어의 소박함이, 그 진정성이 이 무더위에 내리는 빗줄기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첫사랑 추억처럼 아련하게 시나브로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

 

 

 

손순자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편지가족 회원

열린시문학회 회원 / 소요문학 회장역임

제15회 공간시인협회 시 본상수상

제16회 순수문학상 수필 우수상 수상

저서 : 시집 소요산 연가 수필집 행복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