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골일기

2010, 김장

白松/손순자 시인 2010. 11. 16. 16:25

1박2일의 태백산맥 문학기행을 마치고 온 다음날 아침

수돗가에 뽑아 행여 얼어버릴까 덮어놓은 배추를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언제 또 추위가 닥칠지 모르는데 마냥 김장을 미룰 수도 없고...

남편한테도 문학기행 다녀와서 월요일에 김장을 하겠노라 큰 소리 쳐 놨는데....

몸은 천근만근이다.

오늘 배추 절여주고, 파, 갓, 미나리, 알타리, 다듬고 무 씻어서 채 썰고 마늘 까고

하면 내일 아침에 김치를 버무려야지 생각하고 도우미 아주머니 한 분을 불렀다.

아주머니는 배추를 보시더니 배추가 얇아서 오늘 절여서 속 넣어도 되겠다고하시며

다 해주고 가시겠다고 하신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나야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주머니가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는 동안 시장에 가서 생새우, 새우젓, 굴, 쪽파, 미나리,

등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아주머니의 손은 정말 빠르고 민첩했다.

난 산더덕 구이와 함께 따뜻한 점심밥을 해드렸다. 따뜻한 커피한잔을 마시기가 바쁘게

또 일을 시작하시는 아주머니.

난 그동안 찹쌀풀을 끓여 식히고, 생새우 씻어 다듬고, 김치 담을 통 준비하고....

드디어 배추 속을 넣을 시간, 남편이 농사지어 준 배추, 무, 갓, 태양에 말려준 고춧가루를 넣어 양념을 하니

톡 쏘는 매운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전문가의 손을 빌어 하루에 김장을 끝마치기는 처음이다.

늦은 시간까지 설거지까지 말끔히 해 주고 가신 아주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