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인터넷 방송에 소개된 시집 <소요산 연가>
지난 1월 24일 (일요일) 중국 연변 인터넷 방송 '라디오 책방' 에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에 수록된 7 편의 詩 가 20분동안 소개 되었습니다.
www.ybrt.cn 을 클릭하시고 다시듣기, 라디오 책방, 날짜(1월24일) 를 클릭 하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PD : 김계월 아나운서
진행 : 석화 시인
(1) 가을이 온다기에
열어 두었던 창을
단단히 닫아걸었다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대 기다리며
시름으로 돌아눕던 여름내
노랗게
물들어 버린 마음
한 점 바람으로
창가에나 머물다가거라
오래
머물 수 없을 바엔
(2) 펌프 물을 추억하다
아주 오래 전, 나 어렸을 적에
흙먼지 뒤집어 쓴 아버지
자전거 끌고 지쳐 돌아오시던 여름
아득한 땅 속 저 밑바닥에 있어 보이지 않더니
어머니가 떠 주시는 한 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작두질을 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한달음에 솟구치던 생명력!
아이들 힘겨운 작두질로 겨우 받아 낸
냉수 한 사발로 타는 목을 축이시고
고된 노동의 짜디짠 땀방울 씻어낼 때
덩달아 양동이에 넘쳐나던
아이들 웃음소리로 고된 하루를 살아내고,
깊은 수면으로 곤한 무게 내려놓으면
너무 오래 써서 닳아빠진 펌프도
그제 서야 몸을 쉬던 그 때,
자꾸 목말라 마시고,
허기져 마시다 보면
어느 새 마음까지도 의젓해지던
가난한 유년의 그 펌프 물로
일곱 남매 키 세우고 살찌우며
물한 방울도 아껴야 잘 산다 하시던
어머니, 그 말씀이 진리 였던것.
(3) 소요산 연가 (戀歌)
인생길
설렘의 정거장에 서서
동반자를 기다리던 스물 셋
그때,
그대를 만났습니다
사랑의 날개 펴고
소요산 아래 둥지 틀어
그대 품에 안겼을 때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에 젖었음을 고백합니다
사랑은
단둘이 해야만 하는 것
언제나 그 자리 머물러주세요
그대만이
살아가는 이유가 됩니다
(4) 샛골길에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마당 있는 집에
살게 된 것이 1년 남짓,
서울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컴퓨터를 켤 때
샛골길에 사는 사람들도 진지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고추 모종을 심고
감자를 캐고
푸성귀를 가꾸며
어느 누구도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아파트살이보다 불편함도 많지만
소나무 가지에 매달려 새벽을 여는 새소리와
햇살이 마당 가득 곤두박질하는 아침,
온갖 꽃들의 마음을 여는 햇살의 사랑 때문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 날
구름비늘 이 너무나 눈부셔
무작정 눈물이 날 때 가 있습니다.
수 없이 뱉어 내는
상처의 말 이...
서릿발 같은 위엄 때문이 아닙니다.
함께 있으면 시간이 달콤한 음악처럼 흐르고
순간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하게 바라 볼 수 있는 그대
그 빛나는 순간들이
그저,
사랑이 아니어도
할 말 도 잊은 채
그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싶은 날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6) 여자가 깊어지는 나이
사랑은
삶의 예외라고 믿었던
세상의 모순에 눈뜨는 나이
평생 지니며, 꿈꾸며
가슴앓이하며
살아갈지도 모르는 한 사람
천천히 바라보는 나이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
짜릿한 감각마저도
태연하게 삼켜
일상의 틈 속에 스며들게 하는 나이
(7) 가끔씩
그대여
우리 가끔씩은 안부를 묻자
바람에 실어 보내거나
잔잔한 미소이거나
오랜 이별 뒤에 만나도
낯설지 않게
그대여
우리 가끔씩은 안부를 묻자
이 세상 의미를 두는 한 사람
손길 닿지 않는 곳에 있어
그 절망감으로 무관해져서
다시 모르는 사이가 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