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골일기

엄마

白松/손순자 시인 2009. 4. 8. 21:28

 

 

 

얼마전에 엄마랑 어유지리(적성) 지나, 옛날에 화이트교 (지금은 없어진 다리) 근처로

바람도 쐴겸 냉이를 캐러갔다.

구부리거나 쭈그리고 오래 앉으면 다리며, 허리가 아프시니 그냥 운동이나 하시라고 해도

엄마는 막 땅을 헤집고 올라 온 여린 냉이가 신기 한지 호미도 없이 작은 막대기로 자꾸 냉이를 캔다.

그날 저녁 엄마집에도,  우리 집에서도 봄냄새 가득, 구수한 냉이국으로 저녁 식탁을 준비했다.

 

어머니


돌이킬 수 없이

작아져 버린 몸

많은 날들 지친 걸음에도

컴컴한 토방의 불빛으로

맑고 투명한 물줄기로

모든 것 정화시켜

참사랑 눈뜨게 하시더니

이제는 작은 바람결에도

소스라치는 모습으로 변한

‘어머니’란 이름으로 불리는 당신

잠자리의 곤한 숨소리

들어본 게 언제인지

필요한 건

작은 관심 뿐 인데....



아주

작은....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