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시인의 수필

자장면 두 그릇

白松/손순자 시인 2008. 9. 24. 10:51

 

자장면 두 그릇


벌써 20분이 지났다. “왜 안 오는 거지? 혹시 잊어버린 것 아냐?” 남편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 나옴과 동시에 “딩동” 벨이 울렸다.

평소 보다 조금 늦은 감이 들긴 했지만 오토바이로 미끄러운 눈길을 쌩 달려 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웠다.

현관문을 열고 뒤에서 주섬주섬 철가방에서 자장면을 꺼내는 것을 보며 주머니에서 만 원 짜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죄송합니다 장을 하나 덜 가지고 왔는데요.” 순간 내 눈에도 얌전히 담겨 랩에 쌓여진 면 두 그릇과 단무지와 양파가 담긴 접시 두 개와 자장 하나만이 들어왔다.

눈길을 다시 달려가서 자장 하나를 더 가져온다는 것은 아무리 계산해도 무리다.

그 동안에 불어터져 있을 면발, 그렇다고 한 사람이 기다렸다가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 ~하나 값만 받고 드리면 안 될까요?... 지금가면 마무리해야 되는 시간이 라서요.”

마흔이 넘은 듯한 아저씨의 난감한 표정에 앞 뒤 생각 없이 “네 그러세요.” 하고 얼른

대답해 버렸다.

10,000원을 내고 거스름돈 7,000원을 받는 내 손이 괜히 미안했다.

사무실에 가지고 나갈 물건을 챙기고 싣느라 늦은 점심으로 설렁탕을 먹고 삼겹살에 소주

두 병을 마시고도 한 끼 거르면 평생 못 찾아 먹는다며 저녁은 자장면으로 해결하자는 남편과 배불러서 별로 먹고 싶지 않다던 오빠도 ‘자장면’ 이라는 말 에는 “그래 그럼 시켜” 라고 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자장면을 죽도록? 좋아하는 사람들이었으니...

남편은 커다란 유리그릇에 면 두 그릇을 넣고 자장 하나를 넣더니 고춧가루, 간장, 깨소금을 가지고 오라더니 그것들을 적당히 넣고 비볐다. 옆에서 오빠가 “식초도 조금 넣어야지”하고 나는 “안돼! 식초를 자장면에 넣으면 무슨 맛으로 먹어, 단무지에나 넣어야지.” “형님!

50평생 살다가 이런 자장면은 또 처음 먹어보게 생겼네요.” “그러게 말이야 최서방은 자장면 먹으면 꼭 물 생기던데 오늘은 그럴 일 없겠네” 라는 말을 들으며 소주 한 병을 사기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슈퍼로 갔다.

내친김에 우유며 아이스크림, 계란까지 사 들고 올라가니 커다란 유리그릇에 남은 자장면은

달랑 세 젓가락에 완두콩 몇 알 뿐이었다.

내 돈 주고는 절대 안 사먹고 남편이 시키면 한 달에 두 번 정도 먹는 자장면 맛이 정말 끝내주는 줄 오늘 처음 알아버린 것이다.

다른 날 같으면 그릇마다 조금씩 남은 것을 모아 음식물 쓰레기 버리느라 신경 쓸 일도 오늘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젓가락만 더....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다.

동그란 상 옆에 놓인 간장, 고춧가루, 식초병을 보니 픽 웃음이 나왔다.

오늘 같이 별미 자장면? 먹는 맛도 나쁘지 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