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골일기
자재암 가던날
白松/손순자 시인
2008. 9. 23. 10:34
“잠 안 오면 찜질방 이나 소요산 데이트 어때요?”
9월21일 일요일 새벽 5시 13분 버섯 따러 간다는 남편을 산에 보내놓고
잠이 오질 않아 혹시나?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금방 전화가 와서
내가 더 깜짝 놀란 거 알아요?
“네 좋아요. 우리 자재암 까지 올라갔다 와요. 제가 모시러 갈게요.”
하더니 채 10분도 되기도 전에 우리집으로 와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길을 달려
소요산엘 갔지요. 이렇게 해서 시작된 우리의 새벽 데이트 매점 앞에서 막 뽑아낸 자판기
커피가 그렇게 맛있는 줄 예전엔 몰랐지요.
어젯밤 늦게 까지 내린 비로 젖어있는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하던 말들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네요.
“뭐야 난 회장님이 집 나와서 문자 보내신 줄 알고 깜짝 놀랬잖아요.”
“기다리던 문자가 아니어서 실망한건 아니구?”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하며 싱그런 산책로를 걸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