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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광활 [최하림]
白松/손순자 시인
2007. 11. 10. 11:32
가을광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낙조가 내린다는 광활면에 가면 눈이 부시어 어느 곳에 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여기저기 붉은 산이 솟아오르고 벼들이 물결치고 어스럼이 옷 적신다 우리는 뒤를 돌아보지 못한다 들녘에는 키 큰 미루나무들과 전신주와 슬레이트 지붕들이 띄엄띄엄 있고 골목이 있고 낮은 담장이 있고 피마주도 있다 하늘의 구름까지도 그대로 있다 여름까지 피는 것 지는 것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더니 가을 들어 슬프달 것도 없이 우리 마음의 낙조를 타고 소실점으로 사라져간다 광활면은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서 광활해져간다 작가약력 1939년 전남 목포 출생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시단에 등장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작은 마을에서>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외 다수 가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