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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이 된 사람 [임의진]

白松/손순자 시인 2007. 11. 8. 09:49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 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에 마중 나가 큰물을 데몰고 왔다.

'마중물' 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 슬픔의 '마중물' 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