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의 아유미에게!
안녕? 아유미!
이름만큼이나 예쁘고 착한 아유미 잘 지내고 있겠지?
한국의 오늘 날씨는 마치 심술로 퉁퉁 부은 겨울이 성질을 부리는 것 처럼
다시 수은주를 저 만치 아래로 끌어 내리며 다시 추위를 몰고올 준비를 하고 있어
낮에는 잠시 눈발이 흩날리기도 했었는데 너무 적은 양이라 눈 구경을 나설 만큼은
아니었지 며칠 전에 전화 했을 때 금방 목소리 알아들어줘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아유미 랑 통화하고 아시아나 항공 김진호 지점장님과도 한번 전화통화를 했어. 마쯔오카 에게는 아유미가 꼭 전해줘 정말 고마웠다고 그리고 그날 얘기하던 12월 23일~24일 송년특집 KBS ‘세상은 넓다’ 에서 손녀딸이 할머니를 모시고 구마모토 여행을 할때 마쯔오카가 그들을 안내 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았어 3일 동안 함께 했었던 사람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가 웠었다구 꼭 전해주구 그리고 일본에서 찍은 사진 말인데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이랑, 마쯔오카 와 함께찍은 사진모두 아유미 한테 보낼 테니까 전화해서 만나게 되면 꼭 전해주고 정말 고마웠다는 말도 함께... 사람의 만남 이란 참 신기한 것 같아 그렇지? 아유미를 만난 것도 낯선 일본땅 에서 우리는 관광객과 한국어 통역 자원 봉사자로 만나 3일 동안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었지.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벌거벗고 온천도 함께 하고, 소바 만드는 체험도 하면서 호기심 많고 궁금한 것 투성 이인 한국 아줌마의 끝없는 질문 공세에 가끔씩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국말 단어가 얼른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하던 아유미 얼굴이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기도 한단다.
내가 보기엔 그래도 한국에 나와서 1년간 공부한 실력 치고는 꽤나 한국어 실력이 좋았어
그런데 아직도 벚꽃 발음이 안 되는지? 그날 우리 둘 다 참 많이 웃었었지 공원을 걷다가
아유미가 나에게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가리키며 ‘벅꼭’ 이라고 해서 난 알아듣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벚꽃’ 이 란걸 알고 발음교정 해 주느라 한참동안 이나 애쓰던 기억나?
대여섯 번 정도 하다가 마침내 아유미 입에서 ‘벚꽃’ 이라는 정확한 발음을 듣고
내가 잘 했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던 아유미 얼굴이 문득 생각 나네 그래서 우리 한참 동안이나 웃었었지. 먼저 가던 남편이랑 마쯔오카 가 무슨 일이냐는 듯이 돌아볼 정도로... 아유미! 논문 준비는 잘 되어가지?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서 한국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아유미가 원하는 호텔에서 일하게 되기를 바랄게 이제 머지않은 훗날 멋진 아유미의 모습을 기대 할께.
일본에 가기전 머릿속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던 것은 맛이 기막힐 것 같은 예쁘고 깜찍한 초밥과, 돈만 넣으면 사람 빼고 뭐든지 다 나온다는 자판기, 남녀 혼욕 노천탕, ‘욘사마’ 로 인해 눈물 흘리던 중년 여성들, 지금도 기모노를 야시시 하게 입고 있을 것 같은 일본 여인들의 모습 이었지. 비자 신청을 하고 여행 준비를 하면서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는지 몰라.
비행기를 타고 1시간 10분 이렇게 가까운 나라를 왜 진작 오질 않았던가 하는 아쉬움이 마구 밀려왔었지. 까다로운 입국 심사대를 빠져나와 아유미를 만나고 3일 동안 다니면서
가는곳마다 어찌나 상냥하고, 친절하고, 청결하고, 아기 자기한지 감동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자꾸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 지더군. 그래서 농담삼아 남편에게 말했었지 “ 우리도 늙으면 구마모토에 와서 삽시다.” 라고 그 무시무시한 물가만 아니라면
정말이지 심사숙고 해볼 생각이야
그리고 아유미와 함께 했던 동굴온천과, 삼림욕온천, 그리고 사사노야 호텔에서 밤하늘의
별을, 달을 보며 혼자 즐기던 노천 온천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거야.
아주 독특한 체험이었지.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구마모토가 더 매력적이고 신비스러운 곳으로 기억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
아유미!
우리가 비록 한국인과 일본인으로 만났지만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할수 있을거야 다음에 한국에 또 나오게 되면 우리꼭 다시 만나자
그때에는 내가 한국의 아름다운곳 많이 구경시켜줄께, 그리고 잊지 않고 있는 부대찌게도
많이 사줄게. 그럼 몸 건강히 잘 지내.
사요나라! 아유미!
2005년 1월 한국의 아줌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