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松/손순자 시인 2008. 3. 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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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또한 외로움에

정겨운 발길을 기다리는 오후

비에 젖은 산책로는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심정에 빠뜨린다


고백해야 할까

용서를 빌어야 할까

얼싸안고 뛰어들어야 할까

한번쯤은

비련의 주인공이고 싶다


포옹을 위한 최상의 반주자

젖어드는 빗방울도

포근하게 여겨지는 날

추억으로 곱게 접으리라

나란히 걸었던 오후의 산책길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