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자 시인의 자작시

며칠전 바람, 오늘은 비

白松/손순자 시인 2008. 3. 3. 10:15
 

며칠 전 바람, 오늘은 비



오랫동안 사랑하던 것들을

떠나보낸 뒤

이름마저 잊어버린 채

고개 숙여 괴로워하던

기~인 불면의 밤을

이젠 잊어야 하나


새로이

사랑해야 할

무수한

연두 빛 낱말들을 위해

오늘은

마음을 열어야 하나


귓전을 간질이 는

촉촉한 속삭임

새침하게 앙다문 수줍음마저

어쩔 수 없이

천둥처럼 밀어닥칠 꽃 사태를

이제는 예감해야하나


2001년 4월

 

손순자 시집 <소요산 연가> 중에서